그만 좀 합시다, 진짜.

사람을 곱게 눕혀놓고
육신을 밧줄로 옴짤달싹 못 하게 묶은 다음에
15초에 한 방울씩, 그 사람의 미간 위로 물방울을 떨어트린다.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누운 사람은 타종소리보다 크게 물방울 소리가 들리고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온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간지러움을 느낄 것이고
세 시간이 지날무렵엔
15초에 한 번씩 경기를 일으키게 되고
네 시간이 지나있을땐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적 장애..
즉 소위 말하는 미친 상태가 되어버린다.

일제강점기때 순사들이 독립군들한테 하던 고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늘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꽤나 오래전 중국에서부터 전해내려 온 고문법이라고 한다.

……

난데없이 왠 고문을 찾아보고 이렇게 적으면서 운을 때냐면
내가 오늘 좀 짜증이 나서 쓰려는 이야기가
딱 저 고문을 받는 피험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16일, 최종 합격 통지를 받고
동년 8월 12일,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리고 오늘이 2016년 12월 25일이니까
대략 2년하고 4개월쯤 됐다.

28개월의 시간이고
일로 따지면 850일이 넘는 날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2만시간을 훌쩍 넘긴다.
꽤나, 오랜 시간이다.

…시간으로 환산하니 정말 긴 시간이네.
2만여 시간동안 참고 참았으면
이젠 참을만큼 참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쓰는데 더 거침이 없어진다.

그 긴 시간동안 피험자가 되어
내가 맞아온 물방울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쯤 나에게 했을 법한,
연애하라는 소리다.

(길었으니 일단 숨 좀 쉬고. 후…ㅡ ㅍㅡ..)

그냥 가볍게 하는 말이고
만나면 하는 일상대화 중에 하나고
사람이 여럿모이면 으레 나오는 주제지만

그 가볍고 일상적이며 으레 나오는 소리가
나에게 노이로제를 일으키는 트리거가 된다면
그건 이미 가볍지 않고 일상적이지 않으며
으레 나와서는 안 되는 소리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작디작은 물방울 한 방울들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듯이.
만나는 사람마다 죄다 그 소리다.

자주 만나든, 오랜만에 만나든.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초중고를 의무적으로 다녔듯이
취업했으니 연애도 의무적으로 해야합니까?

……

내가 종종 Here I Stand for you 라는 문구를
카톡 상태 메세지로 해두는데,
알 사람은 알겠지만
이는 신해철의 명곡 중 하나다.

노래의 가사를 조금 인용해보자면
나는 그저 지쳐서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고
생활을 위해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가사를 따라서 운명을 믿는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도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고
연애를 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건데

어째서 주변에선 대부분이
연애라는 목적 달성만을
주구장창 응원하는 건지.

괜찮은 사람이니까,
괜찮은 사람인데,
괜찮은 사람이야,

그래 알겠어. 근데, 그래서?

괜찮은 사람이면 그 사람이랑 연애를 해야 하는 건가.
괜찮은 사람이면 그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건가.

괜찮은 거랑 좋아하는 거랑
언제부터 동일한 말이 된 거지.

그러다 혼자 산다, 라는 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혼자 살기 싫다고 연애를 해야 하는 건 옳은 겁니까.

제 결혼, 제 인생 걱정 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결혼하려고 연애하고 연애하려고 좋아하는 건,
최소한 제 가치관은 아닙니다.

좋아하니까 연애하고
연애하다가 못 참겠어서 결혼하는 게
제가 가진 생각입니다.

물론 사람의 가치관이 바뀌는데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순간이긴 하지만
어느새 서른도 기울어서 서른 하나가 목전인데
제 가치관이 그리 쉽게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글이 부단히도 길어지는데,
거의 노이로제 수준입니다.
정신병에라도 걸릴 거 같구요.

가뜩이나 현재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기본적으로 5개의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데
왜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해주시려는지는
제 짧은 소견으론 알도리가 없습니다만은…

그래서 조만간 제가 펑,하고 폭발하는 날이 있을겁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정색 할지도 모르고요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육두문자를 뱉으며 감정을 긁어댈지도 모르죠.

제가 또 한 번 빡 돌면 앞뒤좌우위아래
사방팔방오천평방미터무한각도급으로 사리분별없이 물어뜯습니다.
그런거, 굉장히, 잘 합니다.
미친개라고 보셔도 좋을 정도로, 잘 물고 짖어댑니다.

…물론 그러고 뒤돌아서서 이불킥 날릴 성격입니다만…
그 정도를 감수하고도 터질 지도 모릅니다.
그런 감정상태이고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는 중입니다.

제가 터졌을 때 원인제공자가 누가 될 진 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일 수도 있고
읽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저와 친한 사람일 수도 있고
저와 친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매일 저와 마주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저와 간간히 봐야하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내일 터질 수도 있고
좀 더 있다가 터질 수도 있으며
혹은 빛나는 인내심의 승리로 터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터지기 전까지
내 속에 쌓임은 커지고 화는 커져갈 뿐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지만,
전 사람도 미워할 겁니다.

이상, 오늘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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