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라는 건

재미라는 건 시간가는 줄 모르는 거고
장맛비마냥 거기에 흠뻑 젖어도 좋아서
바보철머 헤벌레 웃으며 빠져드는 거다.
해커톤을 해보니 해 뜨는지 모르고 개발하고 있더라.
해야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고 있더라.
응, 개발은 역시 재밌는 거더라.

그러다가 출근하는 길에 주변을 둘러봤는데
회사원…직장인들은 퇴근을 갈망하더라.
집에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회사라는 장소는 벗어나고자 하더라.
이들은 일하고 싶지 않아하더라. 끔직이도 싫어하더라.

근데 그러면서 왜 나한테 일이 재밌냐고 묻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일이 재밌는데 정작 퇴근은 하고싶다? 정시퇴근을 지향한다?
일이 정말 재밌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일을 하다가
와 시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
12시 땡하면 점심시간이다! 6시 땡하면 퇴근시간이다!
말하는 이들이 가득한 이 곳에서 왜 나한테 일이 재밌냐고 묻는건지, 원.

내가 재밌어서 취해 있을 땐 뒷담화까고
억울할 땐 입 닫으랬던 사람들이 있었지.
그때 맞은 돌덩어리 때문에 내 유리창은 깨졌고
산산조각이 나서 아직도 종종 디딤발이 따끔거리는데
왜 나한테 또 일이 재미있냐는,
속 뻔히 보이는 질문으로 나를 떠보려 하는지.

2년도 더 지났으니 그때의 기억과 상처들이
개구리를 달고 전역이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뭐, 물론 나한테만 깨진 조각들일테니
그네들의 생각머리에선 이미 아웃오브안중이요, 깊이 없는 샘물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묻는 건
내게 깨진 유리조각 위를 맨발로 다시 걸어보라고하면서
그래, 그 위를 걸어보니 어떤가.
이제 조각들이 좀 자잘해져서 안 아프지 않은가?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진짜 좆같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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