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 차

왜 그 시간에 출근하냐는 물음에
내가 지금 탄 버스의 풍경을 보여주는 게
어쩌면 답이 되지 않을까.

자리를 채운 이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편히 몸 저어 누울 수 있는 내 집 한 켠이 아니라
편히 몸 저어 누울 수 있는 내 집 한 켠을 위한
일자리일테니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만 그런 게 아니라는 이야기도 아니라

그냥 여러 사람들의 다름의 한 켠에
나도 너도 이 사람들도 있을 뿐이라는 거.

그런 당연한 서로의 다름들에 대해
굳이 의문스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과 행동의 앞에
차갑고 상쾌하기까지 한 이 새벽 풍경이
충분한 답변이 되어주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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