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2시간 째 잠에 들지 못 했다.
‘독일은 지금 몇 시더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지만
이게 혹시 그 해외여행자들이 심심치 않게 겪는다는
시차 때문인가 싶어서 그런 생각도 해봤다.
새벽 4시에 좀비마냥 몸을 일으키고 헬스장에 갔다가
컨퍼런스에 가려고 했는데 이 시간까지 잠에 들지 못 했으니
결국 월요일 아침 운동은 걸러야겠다.
아니면 이대로 버려진 시체마냥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다가 첫 차를 타던가.
…그럴까? 차라리?
라는 생각도 잠시다.
그러면 또 누군가는 그러겠지.
왜?
……
생각이 많은 밤이다.
밤이라 생각이 많은 걸까.
혼자라 생각이 많은 걸까.
생각이 많아 혼자인걸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 해 난잡하다.
정리되지 않은 꺼리들이 엉키고
정립되지 않은 생각들이 섥혀서
성립되지 않은 결론들이 생긴다.
그런 와 중에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없다.
길도 없고 개리도 없는 리쌍처럼
길도 없고 계획도 없는 이 밤이다.
그들이 암묵적 해체 수순을 밟을 줄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로 인해 일어날 일들도
그러한 내 삶도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나는 생각이 많아지고
나는 생각이 많아지고
드는 생각은 많은데
놓는 생각은 없다.
다만 딱 하나 드는 생각은
내 삶의 마지막에 내가 마주할 방식은
어쩌면 병사나 자연사가 아니라
자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책상 귀퉁이 다이어리에 적어둔 글에는
그와 반하는 내용을 오래 전 적어두었지만
(나는 절대 자살은 안 할거다, 라는 맥락의 글이었다)
그 글을 적었던 그 날보다 더 오래전부터
나는 어쩌면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이미 예감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굳이 내가 잘 쓰지 않는,
‘절대’라는 표현까지 쓰며 다이어리에 그 글을 적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