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했다는 자각이 들때면
알딸딸한 몽롱함 속에서도
나는 언제나 네가 떠오른다.
기억 저편에 묻어두듯
의식하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모른 척, 안 본 척 하고 있는.
니가 다시 생각 나.
네가 너무 고픈 나.
보고 싶다, 말 한 마디 건네고파도
곤란할까, 머뭇대는 나란 놈은 언제나 제자리고
변하지 못 하고 그대로 있어 오늘도.
취해서 그래, 취해서 그런거야.
숨을 내 쉬면서 아주 천천히 다섯을 세보지만
그래도 여전히 니 생각이 나.
왜 다섯을 셌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때 지금 나는 취했는데 이유가 어딨겠어.
그냥 다섯 세면 진정될 줄 알았지.
다섯 세면 네 생각이 안 날 줄 알았지.
밥은 먹었는지 출근은 잘 했는지.
나 없는 어제는 괜찮았는지
나 없이 오늘은 괜찮은건지
나 없을 내일은 괜찮을건지
응, 나 지금 취했어. 그래서 이러나 봐.
오타 가득한 글을 몇 번이나 썼다가 지우고 있어.
혹시나 그 한 글자로 인해 내 진심이 변색될까봐.
한글이 원래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 그래서. 응.
네가 오해할까 신경을 써.
정작 너는 이 글을 볼 수 없을텐데.
웃기지, 안 볼거고 못 볼텐데
난 여전히 너를 의식하고 너를 생각하니.
병신 같아.
남들은 다 잘 잊고 다른 사람 잘 만나던데
난 왜 그러질 못 할까.
네가 너무 이뻤을까
네가 너무 착했을까
네가 너무 좋았을까
네가 너무 보고플까
감정에 취해 또 난 글을 써.
오늘의 주제도 너야.
네가 주제인 글이 이젠 너무 많아.
노트와 패드와 내 안에.
네가 너무 많아서 많다 못 해 넘쳐버려.
그래서 이렇게 또 너를 바라나봐.
네가 보고 싶나봐.
메모장 하나 켜서 글을 적는데
멈추지 못 하고 이렇게 쏳아내버릴 정도로.
내 생각과 감정이 너를 보고 있나봐.
너를 너무 바라나봐.
네가 지금 너무 보고싶어서, 보고싶다..
현실은 톡 하나 보내지 못 하고
머뭇거리기만 하는 찌질이인데
이렇게 술에 취해 또 글을 써.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하곤 해, 너를.
글을 쓰며 다시 책망하곤 해, 나를.
톡하고 싶어 잘 지내냐고
말하고 싶어 잘 지내라고.
홀로 탄 이 버스에서
집으로 향하는 이 길의 도중에
니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 버스에서 내리면 네가 웃고 있었으면 싶다
네게 기대고 싶다 마음과 몸을.
나는 너와 함께하고 싶어.
나는 너와 함께이고 싶어.
나는 너와 함께였음 싶어.
그럴 리 없는 게 현실이라는 게
나는 아니라는 게 사실이라는 게
너무 슬퍼 아파, 깊이 울어.
몇 번이고 울어, 가시질 않아.
홀로 나는 너 없이 요즘은 그래.
응, 나는 아직도 그래.
응, 너를 여전히 바래.
얼마의 시간이 흘러도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미안해, 나는 아직 여기 있나봐.
그래서 미안해
친구로 있어달라던 너의 부탁을
난 들어주지 못하고 있어 미안해.
다 들어주고 싶은 너의 말이지만
그거 하나만은 들어줄 수가 없더라.
너를 좋아하는구나,
나는 네가 보고싶구나.
라는 자각을 했던 그 때처럼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
인지와 이해와 행동과 감정은
늘 같이 하는 건 아니더라.
그래서 그 사이에서 헤매고 있는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어.
사소한 거 하나조차
바란 거 없던 너의 부탁 하나를
나는 들어주지 못 해, 못 하는 중이야.
미안하고 미안한데 미안해.
그래서 정말 미안한데
또 미안한가봐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