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 키보드 거래

음악을 켜고, 글쓰기.

블로그 + 하루정리글을 쓸 용도로
기계식 청축 키보드를 중고거래했는데 …약속장소에 왠 초등학생이
키보드 박스를 옆구리에 떡하니 끼고 서 있어서 당황1
(아,그래서 카톡 프사가 없었나 싶었다)

계좌이체로 할랬는데 계좌가 없대서 당황2
(아,초등학생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별수없이 근처 ATM기를 찾아서 방황하는데
본인의 몸체만한 21단식 큰 바퀴 자전거를 끌며
뒤에서 따라오는 아이의 시선에,

들고 튀면 자전거로 뒷목을 채버리겠구나-라는
헛웃음나는 상상을 하면서 돈을 인출해 나왔는데
아차, 키보드가 8만 5천원이다.

물어보니 거슬러 줄 5천원이 없대서 당황3
(아,계좌도 없는 애가 5천원같은 큰 돈이 어딨나 싶었다)

또 굳이 마트를 찾아가서 잔돈을 바꿔서 돈을 주고.
잘 쓰겠다며 인사하고 돌아서
지하철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데

문득, 내 손에 들린 이 키보드의 정가와
(네이버 기준 17만원)
구매이력이 2018년 1월이라는 점.
그리고 내가 건내 준 8만 5천원이 생각나면서

고작 한 달여만에 반값으로
내게 팔아치운 이 키보드는

정말 저 아이의 구매품일까.
혹시나 형, 아버지 혹은 누군가의 것을
용돈이 필요해 스리슬적 팔아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어쩌면 오늘 집에가서
등짝 스매싱을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줄 알았다면 까짓 5천원, 거스르지말고
파스라도 사다 붙이라고 9만원에 쿨거래 할 걸.

그러는 한 편으로,
반값에 건내받은 이 키보드가
우리집에 도착해서는 잘 동작할까?
초등학생한테 중고나라를 통해 사기를 당했다면
경찰에 사기죄로 신고가 가능한가?
그러고보니 계좌이체가 아니니
현금내역증빙은 어떻게 하지?
초등생은 사기죄로 고소당하면
소년법에 의해 감량받으려나,
그래서 쟤 보호자를 만나면 어떻게 A to Z 를 설명한다.
제가 블로그 포스팅과 글을 쓰려는데 키보드가 필요해서요, 부터 시작해야하나
아냐, 그냥 필요했다고 하자.
굳이 물으면 그제서야 사유를 말하지 뭐.

그리고 집에 도착해 이틀째,
정가 17만원짜리의
2018년 1월에 구매가 된 기계식 키보드는
우리집 오크색 이케아 책상 위에
둥지를 틀고 잘 동작하며
따깍딸칵이는 소리와 함께
내게 혹사당하는 중이다.

T와 Y가 바뀌어있다는 것,
좌측 Ctrl키가 격하게 딸깍이는 점이
1차 흠으로 발견되었지만
이 정도는 8만 5천원 DC니까 감내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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