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의 목을 졸라 나를 죽여가던 건 나였다.
너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를 죽이고 있던, 거였다.
깊으면서 낮고
낮으면서 어두운
어두우면서 깊은
곳으로 흔히들 말하는 나락으로 나를 밀어넣었던 건
밀어넣은 게 아니었다.
밀어놓은 거였다.
내가 나를, 나에게.
그런 걸 침잠이라고 한다.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거나,
분위기 따위가 가라앉아 무거움.
그런 풀이로 사전에는 적혀있다.
생각이라는 것의 기원의 끝이 어디인지
홀로 남은 방안, 불 꺼진 밤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애써 무릎을 감싸 끌어안은채 구석에 앉아
아무도 없는 구석만을 바라보곤 한다.
아무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그 시선의 끝에는 늘 무언가가 있었다.
온전히 혼자였고 온연히 있을 수 있다.
흔들림 없이 지체하며 시간마저 멈춘 듯 했고
뿌리는 없지만 굳은 나무처럼 그곳에 오래있었다.
그만큼 했으면, 이만큼 했으면
이젠 답이 나와줄만도 하건만
아직도 무엇이 부족한건지, 내가 모자란 건지
그 끝은 언제나 한 글자 답 하나 없이 허무했다.
왜라는 의문으로 시작한 물음의 여정은
해소되지 못한 갈증만을 남긴 채로 응어리만 져버린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할거라고
알면서도 그 안으로 나를 밀어넣었었고 밀어넣었고 밀어넣을거다.
그렇게 하나, 둘, 셋…
빚처럼 쌓여서 나를 좀 먹어간다는 걸 알면서도 느끼면서도
멈추지 못 하고 계속해서 쌓아가기만 했던 시간들과 시간들은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 해서였다.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밖에 없는데,
내가 살아 온 시간과 내가 했던 생각과 행동들을 모두 이해하는 건.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 해버리면 어떡해야 할까.
어두운 시선 속 마주했던 방 귀퉁이의 그것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기라도 했던 것일까.
그렇게 긴 시간을 나는 나를 점점 궁지로 몰아왔고
천길 낭떠러지에 세우며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면서
내몰았다.
그러다 주변을 보니
어느덧 여기는 사지였고 죄수처럼 칼이 채워져 있었으며
칼을 든 망나니, 혹은 길로틴의 집행자와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의 칼 끝은 내 삶의 끝을 대변하듯 내 감정의 마지노선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닿았을 때에서야 그들은 결국 나였음을,
덩그러니 바닥을 나뒹구는 내 목 위의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어느새 자살이란 암초를 떠올리기 시작했고
어쩌면 내 삶의 종을 보는 방식이 그것이 아닐까했다.
아닐까했는데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을 매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깊은 물 속으로 잠기거나
핏줄 선명한 손목을 그어버리거나
끝은 결국 하나인데 다양한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떠올리며 왠지 모르게 편해지는 내 마음과 감정과 기분에,
나는 그게 또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그런 매일을 반복하며 내일을 살아가야하는
나의 일상이 너무 엉망으로 보였다.
끝이라 하면서도, 내일이라 반복되는 매일이
진창이라 소외하는 모순점들조차 모두.
그래서 가라앉았고, 목을 조르다 콜록였고
칼날을 들이밀어 십수번이고 찌르고 또 찔러서 상처를 냈다.
작은 아픔으로 말미암아 더 큰 아픔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버텨왔다.
그렇게 버텼다.
…그렇게,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