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새벽 4시가 넘어가는 시간, 방금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5시임을 알려준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란다.
평소라면 제대로 떠지지 않는 눈 사이로 보이는 핸드폰 불빛을 찾아서 손을 뻗었을 거다.
그리고 터치 한 번으로 알람을 종료해버렸겠지.

근 2주 동안 하루 평균 4시간 남짓한 잠을 자고 있다.
새벽까지 글을 쓰거나 블로그를 만들거나 책을 읽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좀 반대케이스였다. 일찍 잠든 덕에 일찍 깨었났다.

새벽 1시쯤.

눈을 뜨고 시계를 마주하니 짧은 침이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내가 어느새 잠이 들었었네.
아,어느새 시간이 흘러있네.

다시 잠들까 싶어 몸을 뒤척이는데 후끈한 방안의 열기가 느껴졌다.
보일러를 켜뒀던 게 생각났다. 꺼야할까, 고민을 한다.

보일러를 끄면 으슬하니 춥다.
저번 주부터 찾아 온 꽃샘추위인지 뭔지 매년 방문하는 VIP급 날씨때문이다.
보일러를 켜면 후끈하니 덥다.
3월 말에 보일러라니, 개나리피고 벚꽃도 곧 필텐데 열을 보태는 보일러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잠깐 고민을 한다. 켤까, 끌까.

그리고 그렇게 고민을 하는 사이 잊은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나 안 자고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어느새 잠은 깨어버렸다.
다시 잠들려고해도 애매한 느낌이다.
눈을 감으면 잠이 올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잠이 들어도 새우잠을 잘 것만 같은 기분이다.
졸린 기색이 없다. 잠이 오질 않는다.

그 사이 시계를 본다. 어느새 10여분이 흘러있다.
차라리 깨어서 글을 쓸까 고민을 한다.

지난 주말, 글을 전혀 쓰지 못 했다.

불금을 보낸 탓에 토요일은 숙취로 왠종일 누워서 뒹굴거렸고
일요일엔 기술 블로그 포스팅으로 인해 여행글도, 일상글도 쓰지 못 했다.

잠시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을 켜서 웹툰앱을 실행한다.
월요일이 됐는데, 월요웹툰을 못 봤다.
그 상태로 누워서 안경도 쓰지 않은 채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까지 웹툰을 정독한다.

그 틈새로 저녁에 먹은 라면 냄새가 어디선가 솔솔 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기를 해야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100을 넘었었다.
네이버에 조회를 해보니 나쁨이라며 이모티콘이 쭉 찢어진 눈으로 나를 반겨줬다.
그 표정을 보니 절대 문을 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주말내내 창문을 열지 못 했다.
폐쇄된 내 집의 공기는 나가지 못 하고 맴돌았고 텁텁해지기만 했다.

물론 환풍기가 오후쯤 돌아서 환기가 어느 정도는 되었겠지만
공기청정기든 환풍기든, 창문을 열고 맞이하는 바람과 공기에 비할 바는 되지 못 한다.
그래서 창문을 열고 싶은데, 그 이모티콘이 생각났다.
한 일자를 뿌려놓은 듯한 그 표정. 비오는 날 창을 열었더니 비 들어온다고 혼내던 어머니 표정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웹툰을 보고나니 어느새 30분이 흘러있다.
시계가 째깍이며 2시에 다가가려 한다.
너 안 자? 하고 되물어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 자기는 글렀다. 새벽 2시라니.
오늘 내가 회사에 가서 할 일과 하루 일정을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아,그러고보니 오늘은 유닛 도란도란(회식)이 있는 날이다.
점심에 쌀국수집에서 회식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 말인 즉슨, 점심시간에 유산소 운동을 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 차라리 첫 차를 타고 회사에 가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첫 차를 타려면 지금부터 깨어있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겸사겸사 글도 좀 쓰고 말이다.

손을 휘이저어 바닥에 둔 안경을 찾아서 쓴다.
침대에서 애벌레처럼 기어나와 바닥을 슬금슬금 기어 보일러를 끄러 간다.
기어가는데 바닥이 후끈거리며 뜨겁다.
온도를 그리 높게 설정하지 않았는데도 왜이리 뜨거운지 알 도리가 없다.

보일러를 끄고 몸을 뒤집어 천장을 보다가 일으킨다.
일단 좀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주말동안 밖에 나갈 일도 없었고 숙취도 있었고해서
이틀 간 전혀 씻지를 않았다.
머리는 떡져있고 얼굴은 번들거린다.
이 상태로 더 깨어있는 건 내가 찝찝해서 그럴수가 없을 것 같다.

어릴 때는 그렇게 씻기 싫어서 3일간 안 씻으면 행복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3일간 안 씻으면 찝찝해서 버틸수가 없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맥의 전원을 켠다.

13인치 맥으로 글 쓰고 개발하려니, 밖에서는 괜찮은데 집에서는 불편해서 산 32인치 커브드 모니터가 전원이 들어온다.
확실히 화면이 커지니 글 쓰기도 그렇고 개발하기도 그렇고 편하긴 하다.
심지어 맥북 모니터까지 사용하면 듀얼이라 효율성이 2배는 되는 거 같다.

어제 기술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 켜놨던 터미널과 사파리, 인텔리J가 여전히 켜져있다.
유료 IDE인 인텔리J를 겨우 블로그 포스팅용으로 쓰다니..

일단 글 블로그를 제대로 개설하기로 한다.

일전에 생성을 하고 시범적으로 글 하나만 올려놓고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은 게 생각났다.
브런치에 예전에 올렸던 글들과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들을 수집한다.

하나,하나씩 긁어와 포스팅을 생성하고 글을 긁어오고 필요한 이미지들을 리소스로 등록한다.

그러면서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내가 이때 이런 감정이었구나
내가 이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래 맞아 내가 이랬었어
라는 과거 회상을 하며 일부분 수정을 조금 한다.

글의 맥락이 부드럽지 않거나 오타가 있거나 거리낌이 있다거나 추가가 필요한 내용을 정리한다.
마크다운 문법기반으로 글이 재작성되다보니 띄워쓰기나 볼드체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너비에 대한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이래저래 신경을 쓰며 워드화 되어 있는 글들을 긁어온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2015년의 페북 글까지 긁어왔다.

더 가져올 글들이 없다, 생각을 해보니
수기로 적은 다이어리 글들과 생각날 때마다 적어놓은 스마트폰의 메모들,
작년에 했던 아이패드에 남긴 정리글들이 떠오른다.

그러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가 어느새 훌쩍 넘어있다.
첫 차가 4시 반에 있는데, 첫 차를 타려했던 계획은 물 건너갔다.

이왕 이리 된 거 그냥 맘편히 5시 50분에 있는 첫 지하철을 타는 걸로 한다.
그걸 타고 가서 러닝머신 1시간을 뛰면 충분하겠지.

그리고 이왕 글을 쓰기 시작한 김에, 지금 이 일상글도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새벽 1시에 깨서 뒹굴다가 글을 쓰고 일찌감치 출근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픈 생각이.

이 글의 발단은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고, 나의 주저리는 또 길어지게 된 것이다.
이젠 글을 마무리하고, 출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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