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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가락,딸가락.

끝이 뭉퉁한 총알을 매만지는 손길이 차갑기 그지없다.

스윽.

적당히 굵직한 손이 총알을 들어올려 시야를 맞춰본다.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한없는 어둠. 그리고 그 속의 빛.

툭. 띵티리링.

맑은 쇳소리를 내며 총알이 책상위를 나 뒹군다.

철커덕, 철컥.

책상위를 나뒹구는 총알을 지나친 손길은 그보다 앞에 존재하는 것을 매만진다.
그리곤 앞에 놓여진 가방을 열어 권총을 꺼내 조립하기 시작한다.

철컥.

마지막으로 공이치기를 한번 퉁겨보며 권총의 완성을 확인한 그는
보일듯 말듯한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탄창을 툭 털어낸다.

스윽.

그리곤 권총을 들지 않은 나머지 손으로 책상에 있는 총알을 들어서
탄창에 슥 끼워넣는다. 백과사전에 찢어진 한부분을
도로 집어넣듯, 그의 손길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탁, 털그럭. 팅그르르.

6발 들이 탄창에 1발을 장전한 그는 간단히 손목을 움직여서
탄창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후, 탄창을 회전시켜
탄환의 위치를 모르게끔 해버렸다.
적당한 수로 탄창이 회전한후, 그의 검지가 탄창을 붙잡았다.
회전을 멈춘 탄창은 탄환이 어딨는지 알수없게 된채로
그의 손에 잠시 머물러있었다.

스윽..피식.

조심스레 자신이 조립한 권총을 들어올린 그는,
알듯 모를듯한, 누구를 향한건지도 알수없는 비웃음을 머금은채
작지만 매서운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가져다 대었다.
6개의 동굴에 들어간 1명의 살인자.

끼리릭.

천천히,아주 천천히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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