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빨간코 반짝이면서 선물꾸러미를 실은
썰매를 끄는 루돌프들을
볼 수 없는 회색 하늘아래 이곳.
납덩이처럼 묵직해져버린 가슴한구석이
땅굴이라도 있다면 그 안으로
변태하지 못한 벌레처럼 스믈거리면서
기어들어가 코어까지 도달하고픈
서글픈 이 날의 아침.
눈을 떠도 변할 것 없던 현실이,
눈을 떠도 변하지 않은게 슬퍼서
비라도 내릴까 싶어 창문을 열었는데
한방울의 겨울비조차 내리지 않아
차가운 겨울의 한기가 짓쳐 들어온다.
눈을 감고 생각을 하고
머리를 늬이고 생각을 하고
불을 끈채 어두운 방안에 홀로 남아
분명 하나가 아닌데 홀로 남은채로
세로로 일관된 벽지를 들여다보며
그렇게 혼자 고독아닌 하나를 곱씹는다.
108번뇌가 이보다 더할까,싶은 생각으로
108번 1080번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거다, 싶은 해답이 떠오르지않아
다시 길을 찾아 해매 또 여기에 돌아왔다.
제자리 걸음.
라비린토스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밀납날개가 타들어가 추락한
슬프디 슬픈 그, 이카루스라는 존재가
그나마 밀납날개라도 있었던 그가,
너무나도 시기되고 질투된다면
조금씩 조금씩 타들어간 그의 죽음이
너무나도 덧없는 것이 되는 것일까.
밝은 빛을 뿌려대는 모니터앞에 앉아
씁슬한 표정을 지은채로
검은색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슬퍼
또 한번 자조섞인 미소를 짓고는
울어댄다.
눈물을 삼키고, 비명을 삼키고.
입술을 깨문채 주먹을 쥔다.
가슴속에 닻이 내린 선박이
떠날기미조차 보이지 않은채 정박한채로
나를 억누른다.
..살아생전 다시 이런 날을 맞이할까싶은
내 생에 있어서 최악, 극악의 크리스마스 이브날이 지나고
그리고 깨어나 정신차리지 못할정도로
구역질이 나오는 어둠속에 파뭍힌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