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현 상병님. 이구현 상병님?”
땅 속 깊이 꺼져있던 의식이 되살아난 좀비처럼 두 팔을 척 꺼내고는 몸을 떨며 뛰쳐나왔다. 반쯤 뜬 눈으로 알람의 진원지를 찾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인형이 보인다.
“근무 나가셔야 합니다.”
상체를 일으켜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침번, 신현찬 일병이 말한다. 오른손을 힘없이 들어 귀찮다는 듯 내젖자 현찬이 알았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활관을 나간다.
“후우….”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한숨이 나온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욕설이 인내심의 한도를 넘어선 듯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군생활 1년 3개월. 어지간히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경계근무를 나가야 하는 일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