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군바리의 이 새벽에

“이구현 상병님. 이구현 상병님?”

땅 속 깊이 꺼져있던 의식이 되살아난 좀비처럼 두 팔을 척 꺼내고는 몸을 떨며 뛰쳐나왔다. 반쯤 뜬 눈으로 알람의 진원지를 찾자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인형이 보인다.

“근무 나가셔야 합니다.”

상체를 일으켜 앉자 기다렸다는 듯이 불침번, 신현찬 일병이 말한다. 오른손을 힘없이 들어 귀찮다는 듯 내젖자 현찬이 알았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생활관을 나간다.

“후우….”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한숨이 나온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욕설이 인내심의 한도를 넘어선 듯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군생활 1년 3개월. 어지간히 익숙해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새벽에 일어나서 경계근무를 나가야 하는 일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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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이젠 정말 안녕히

2015년 4월 23일.
오래전으로 부터의 이야기다.

당시의 나는 고3이었고,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기숙사의 일상은 평일과 주말로 나뉜다.
평일은 아침 6시 기상, 그리고 점호, 아침식사가 연이어진다. 그러고 방으로 돌아오면 6시 30분쯤. 그 이후로 알아서 씻고 늦어도 7시 50분에는 기숙사에서 나가야 한다. 원래는 7시 30분에 나가야하지만 어디나 지각생들은 있고, 사감선생님의 방망이는 불을 뿜어야하니 20분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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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작은 만두를 얕보지 않겠습니다..

이태원에서 불타는 금요일을 보낸 후, 나는 토요일을 앓았다.
언제부턴가 소주를 조금 과하다 싶게 먹으면 다음날 두통이 따라오는데 저번 토요일이 그랬다.
우측 골이 띵-하게 아려오는 이 느낌.

새벽 4시까지 홍콩 게하 모임을 하고 마지막까지 남은 S와 H를 집에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깼을 때가 10시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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